삶이 무료하던 와중, 동기들의 추천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로 결심했다. 김은희 작가님의 작품인데, 킹덤이나 시그널 같은 드라마를 안 봤기에 이름은 익숙하지만 정작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 악귀는 다양한 장르가 한 곳에 모인 작품인데, 공포에서부터 스릴러, 미스터리, 오컬트물이면서도 동시에 느와르, 서스펜스, 다크 판타지, 형사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자츳 너무 개연성이 떨어져서 흥미를 잃는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작품의 중반부까지 긴장감있게 잘 볼 수 있었다.

김태리 배우의 연기가 작품을 잘 살린다고 생각했다. 극중에서는 대학생 2학년 정도의 배역을 맡으셨는데, 워낙에 동안에다가 연기도 잘하셔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예전에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그의 연기에 푹 빠져서 시청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귀신에 홀린 연기와 평소 일반적인 모습을 순간적으로 전환시키며 보여줘야했는데, 표정 연기 하나 만으로 사람이 확 바뀔 수 있는지 신기했다.

‘악귀’라는 귀신, 미신적인 요소들이 주가 되는 작품이지만, 곳곳에 사회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는 장치들을 두어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드라마 ‘악귀’에서는 귀신이 사람들을 홀리거나 초능력을 써서 극단적인 행동들을 유발하는데, 때로는 사람들의 나쁜 속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귀신에 홀려서 행동한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악귀란 단순히 미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속마음과 욕심을 빗대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작품 속에서는 ‘세상은 악귀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곳이야.‘라는 대사도 나오는데 불법 대부업체, 살인, 보이스피싱 등 여러 사람이 저지르는 악한 행동들을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구산영(김태리 배역)이 윤 교수와 함께 악귀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완전 ‘민속학 석사과정생’ 같았다.ㅋㅋ 거의 부제가 ‘교수님과의 민속학 연구생활’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자도 잘 모르면서 폰으로 그려가면서 옛 문헌들 분석하고 찾아내면 같이 토론하고, 구산영씨 악귀 쫓다가 논문 한편 아주 뚝딱이겠어!

대한민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률이 1위를 차지한지 오래인데, 정말 슬픈 현실인 것 같다. 무슨 악귀라도 들려서 다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