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근무를 마치고 침대로 돌아왔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tv에 영화 채널들을 돌리다가 토네이도 걸이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가 상영되고 있길래 오전 시간을 영화를 보면서 보냈다. 간만의 여유랄까?

로코물을(=로맨스+코미디) 가끔씩 보면서 연애세포를 살려내곤 하는데, 이 영화는 왠지 모르게 ‘설렘’이 부족했다. 여주의 연애 경험이 많은 능숙한 사랑(?)은 느낄 수 있었지만 마음이 촉촉해지고 떨리는 그런 느낌이 아니랄까? 어딘가 모르게 건조한 로맨스물이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영화 전개가 정신없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일본 특유의 코미디와 잘 맞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속으로 ‘아니 여기서 갑자기?!‘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떠오른지 모른다. 뭔가 분량을 위해 억지로 넣은 듯한 주석 많은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main plot보다 사족이 즐비해서 집중하기에 어려웠다. 여주의 노출씬도 불필요하게 과한 것 같기도 하고… 영화 끝나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고양이한테 할퀴어진 남주의 모습과 여주의 H씬 정도가 다였다.

다만 적어도 작가가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잘 전달되어서 다행이었다. 영화 내용이 어느 정도는 작가 개인의 경험담에 입각한 내용인지는 몰라도 어장관리를 당한 남주의 정신적 성장을 주제로 삼고 있는 영화였다. 내가 누구인지를 바꾸기 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바꾸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그런 교훈.

솔직히 이 영화 볼바엔 500일의 썸머를 한 번 더 시청할 것 같다. 이쪽이 감정선도 더 풍부하고 여주의 속내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하고, 영화를 다 본 뒤에 남는 씁씁함이 여운으로 오래 남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이상한 ‘토네이도 걸’은 tv에서 상영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안 봤을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추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