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권선징악과 선과 악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신파적이라고 대중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에 반해서 미드는 너무 기승전ㅅ(…)이거나 너무 핫걸에 치중하기도 한다. ㅋㅋ 그 와중에 캐릭터별 선악이 뚜렷하지 않고 긴 호흡과 호불호 갈리는 요소들이 많은 드라마가 흥행했으니, 바로 breaking bad이다.
미국 중서부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시즌 6까지 갈 정도로 장편의 드라마이고, 각 편마다의 호흡이 굉장히 긴 편이다. 끈기 있게 잘 보는 나조차도 시즌 중간을 달릴때에는 그만 하차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각 캐릭터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 때문에 고구마 수십개 먹는 기분도 느끼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런 캐릭터들이 더욱 친근감있게 느껴지고 실제 있을법한 인물들로 느껴졌다. walter white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사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주변인물인지 헷갈릴 정도로 각 캐릭터가 특색있고 독특하게 묘사되어있다. 마약쟁이인줄만 알았는데 은근 똑똑하면서도 감성팔이 소년인 jessie에 FM 그 자체인 DEA agent hank, 가족을 우선시하지만 종종 히스테릭 부리는 아내 skyler, 변호사 better call saul!! 그 외에 다양한 빌런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내용은 매우 비현실적인 스토리지만 이상하게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느낌이 들어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실제로 저렇게 methamphetamine cook을 한다면 금세 경찰에 발각되거나 마피아한테 죽겠지만, 뭐 완전 싸이코에 머리좋은 주인공 walter이니까 요리조리 잘 피한다. 매 시즌 끝에 해결할 수 없어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궁금증을 자극해서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한다. 신기하게 슬슬 힘들 타이밍이 되면 새로운 사건이 등장해서 계속 보게 된다.
인성파탄자 walter인데 화학을 사랑하는 모습이나 자존심 건드는걸 싫어하는 성격에 뭔가 꽂히면 1등이 되고싶어하는 욕구들이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walter도 재미로 mbti검사해보면 나처럼 INTJ가 나오려나?.? ㅋㅋ 본인을 over-qualified high school teacher라고 소개하는 것부터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이중생활! 이 초반 느낌이라면 후반으로 갈수록 사이코패스 drug dealer이 되어가더랍ㅂㅇㅂ 초반에는 왜 이 드라마가 19금으로 분류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납득했다. 잔인함이 아주 극한을 달린다… 잔인한거 싫어하면 비추ㅜㅜ
솔직히 마지막 장면까지도 walter의 속마음을 잘 모르겠다. 정말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행동인지, 아니면 그것 조차도 자신의 명예욕에 의한 잘못된 행동의 변명거리에 불과한지. 악마가 빙의한 듯한 연기가 소름끼칠정도로 리얼해서 역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갠적으로 초반에는 정감이 갔는데 가면갈수록 정내미가 떨어지는 캐릭터인듯. 그래서인지 오히려 마약중독자 신세인 제시가 뒤로갈수록 정감이 갔다. 유리멘탈이라 조금만 일이 틀어지면 바로 미쳐버려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긴 하지만, 그나마 드라마 속 인물 중에서는 인간다운 면모를 가진 캐릭터인것 같다. 스카일러는 할많하않… 너무 감정파에 진짜 답답해 죽는줄 알았다. 가족을 위한 행동이라지만 이상한 쪽으로 핀트를 잡는 불가사의한 인물 1人…
정신없는 스토리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인생과 닮아있기에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영화와는 달리 하고싶은대로 모든게 다 되지는 않으니까. 거짓말은 더욱 커다란 거짓말을 불러일으켜서 결국 한 인생을 파멸시키기에, 애초에 그런 짓을 저지르면 안되며 처음부터 책임지고 감수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해결책이라는 단순한 교훈을 남긴다. 또한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냅두어야한다는 점도 깨닫게 한다. 나의 2023년 전반기를 재밌게 해준 드라마 Breaking Bad! 후반기에는 어떤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