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은 몰입력 넘치는 추리소설의 대가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로 간만에 그의 소설을 읽었는데 역시나 기대했던대로 결말까지 깔끔한 스토리가 마치 잘 처려진 한상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성씨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초반에 인물관계 익히느라 조금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반부터는 큰 문제 없이 몰입해서 읽었다. 녹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초반을 참고 읽어나가다 보면 서로 연관되어 있고, 친절한 히가시노 선생님께서 중간중간 인물관계를 다시 언급해줘서 소설의 끝까지 무리 없이 달려나갈 수 있다.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녹나무에는 각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염원을 하고 간다. 염원을 엿듣는 것은 금지되며 홀로 찾아가서 염원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그 고목에 대한 정보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레이토는 뜻밖의 인연으로 ‘녹나무 파수꾼’ 역할을 맡게 되는데, 염원을 올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녹나무 파수꾼의 무거운 책임감을 깨닫고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을 세우게 된다.
인간은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로 태어나지만, 인생의 끝에 다다를수록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재산 상속이나 유언장은 어쩌면 그러한 인간의 본성의 당연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죽음에 다다랐을 때 남기고 가게 되는건 무엇일까? ‘그동안 참 잘 살았다.’ 생각이 들기 위해서는 어떤걸 남기면 좋을까?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만을 좇아 가다보면 어느 순간 인생이 덧없게 느껴지는건 아닐까? 책을 읽은 뒤에 이런 일련의 인생에 대한 여러 상념들이 떠올랐다. 어떤 인간도 완벽할 수 없기에 인생이란 후회를 줄여나가는 여정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90살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나의 인생은 이제 봄이 끝나가고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꽃이 지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순간은 바로 이 순간인 것이다. 불확실성과 막연한 두려움, 주변 사람들의 참견들이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바로 인생의 한 계단을 오르는게 아닐까? 세상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나’ 스스로에 집중해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쓰다보니 너무 횡설수설한거 같다.(ㅠㅅㅠ) 이 소설은 쉽고 깔끔한 문체로 쓰여 있지만, 인생에 대한 질문을 담백하게 제시한다. 인생의 방향을 잃었거나 확신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공감해본다면 함께 녹나무에 염원을 올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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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 8 문학 | 23.04.14-23.04.17 | 히가시노 게이고 | ★★★★★ | 소미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