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김상욱 교수님의 깊은 통찰과 상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는 어떠한지, ‘과학’이라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차근차근 깨닫게 해준다. 책의 제목인 ‘떨림과 울림’은 양자역학과 파동을 떠올리게 하는데, 오직 양자역학에 대한 책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제시하면서 그에 따른 김상욱 교수님의 개인적인 생각들과 배워야 할 자세들에 대해 기술해놓은 책이었다.

책의 내용 중에서 ‘환원주의’와 ‘전일주의(Holism)’에 대한 사상의 대립 과정이 재미밌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보자!라는 문제가 있을 때 전자는 라면에 들어가는 스프의 재료와 특성에 대해 깊게 파고들 것이며, 후자는 그보다는 스프와 면의 조합 비율에 따른 맛의 차이에 집중할 것이다.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기본입자를 통해 우주 만물을 이해하겠다는 입자물리학과, 원자가 충분히 많이 모이게 되면 원자 단위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는 응집물리학(고체물리학)이 있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기 위해서는 레시피와 재료가 모두 중요한 것처럼, 입자물리학과 응집물리학은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김상욱 교수님은 더 읽어볼 만한 책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 마음의 미래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를 추천하신다. 역시 물리학자 아니랄까봐 입자물리학의 책들이 매우 많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분야가 있다면 덕질하듯이 책을 찾아 읽어보는 것은 생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물리학자나 뇌과학자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책은 종종 있지만, 화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20세기 이전의 학문에 머물러있고, 깊은 통찰에 대한 책은 찾기 어려웠다. 화학이라는 아름다운 분야에서 더 깊게 공부해서 화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재해석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제목 분야 읽은기간 작가 추천강도 출판사
떨림과 울림 4 자연과학 23.04.20-23.04.23 김상욱 ★★★★☆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