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삶은 참 행복하다. 포근한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스르륵 잠에 들 수 있으니까. 나는 잠을 잘 잔다. 그것도 아주 깊이. ‘눈을 감았다 떴더니 아침이었다.’ 나에게 잠이란 그런 느낌이다. 누군가는 꿈을 꾸고 그 내용에 대해서 해몽하려고 애쓰건만, 나는 꿈을 꾼 기억이 없다. 어쩌면 매번 꿈을 꾸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조금 더 피곤하고 다른 날은 상쾌한 것을 보면, 아마도 좋고 나쁜 꿈을 나 또한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은 잠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신체적 이상이 있거나 미처버리지 않고, 오히려 뒤척이며 잠에 들던 시절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시간은 그에게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처음에는 혼자 보내는 삶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무료함을 느끼고 정처없이 떠돌게 된다.
나는 늦은 밤의 세상이 고요해지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 시간이면 왠지 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만 같고, 온전히 나만의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특유의 밤 공기를 맡으며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다. 하지만 다음 날을 위해서 체력을 보충하느라 그런 여유를 즐기는 때가 요새는 적긴 하다.
피곤하지 않고 건강도 잃지 않는 대신 90년의 수명을 60년만 24시간동안 깨어있는 상태로 살아가면 어떨까? 60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는 짧아서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은데, 나라면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90년의 수명을 선택할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이 30년 만큼의 감동이나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가? 젊을 때 시간을 많이 보내는게 좋을 것 같기도…ㅋㅋㅋ)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아무튼 일종의 불면증 상태에 빠진 주인공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다 못해 점점 사회와 사랑하는 가족과 멀어지게 된다. 자는 모습을 매번 보면서 그것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병원에 가더라도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어서 필요할지 않을지 모를 일련의 검사들을 받아야하기에, 치료받기를 거부한다.
안그래도 얇은 책인데 종이가 두꺼워서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호흡도 매우 짧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이 소설의 여운은 기대에 못미쳤다. 하루키이기에 내가 너무 기대한 탓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가 흔들리는 장면은 아마도 ‘극단적 선택’으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삶의 의지를 모두 다 잃어버리고 그저 할 일을 해내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바라보면 조금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삶의 이유가 없다면 삶의 의지가 없기에,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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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 8 문학 | 23.07.07-23.07.07 | 무라카미 하루키 | ★★★☆☆ | 문학사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