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는 표지와 책의 두께만으로 일단 압도되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제목도 많이 들어봤고 도서관에서 책의 커버는 많이 봤지만, 읽기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 워낙에 유명한 과학책이지만 주변에서 어렵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탓에 읽을 시도를 하지 않았다. 사실 고전
이라고 이름 붙은 책들은 ‘제목은 유명하지만 막상 읽지 않은’과 동치라고 할 수 있다. ^^ 침묵의 봄,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종의 기원 등 여러 분야의 과학 고전들이 존재하는데, 대략적인 내용만 건너 듣고 실제로 읽은 경험은 적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바로 과학 고전 읽기
프로젝트! 첫 번째 도전장을 내민 곳은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이전에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를 읽고 적잖이 실망했었는데, 역시 원작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내용부터 남달랐다. ‘우주’라는 하나의 테마로 어떻게 이렇게 길게 생각의 사유를 펼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서양과 동양의 철학이 맞물리며,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소유한 칼 세이건이었다. 나도 나름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칼 세이건의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262)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거의 동일한 분자들로 구성된 집합체이면서, 단지 나와 이름만 다를 뿐이다.
(p.263) 생명의 본질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원자들이나 단순한 분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물질들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 애니 속 인체연성처럼, 인간은 단순히 유기물 종합체가 아니다. 환원시켜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바로 생명체이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가 갖는 가치와 의미는 이런 점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레고 블럭처럼 분자를 쌓아나온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어릴 적에 별동별을 보기 위해, 혹은 목성을 관측하기 위해 천문 관측을 나섰던 경험이 나이가 들어서도 설레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광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 우리 같은 지식 생명체가 있다는 점은 참 신비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별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를 설레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인류의 염원과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순수한 관심과 호기심 없이는 우리 문명은 더욱 나아가지 못하고 현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직접 가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상상을 펼치게 하는 공간, cosmos는 우리의 상상의 원천이다.
여러 내용들 중에서도 11장의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주 전체라는 매우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에, 우리가 사는 우주가 전체에서 바라보면 블랙홀이라는 가설이었다. 우주의 팽창이나, 서로 반대쪽에서 발견되는 대칭적인 현상들, 그리고 빛의 유한한 속도라는 사실을 우리가 블랙홀 속에 있다고 가정하면 설정이 가능해지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래서 그 블랙홀은 어떻게 탄생되었는데?’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p.558) 책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마법사가 된 것이다
(p.561) 도서관이 전해 주는 통찰과 지식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자연으로부터 숱한 고생 끝에 힘들여 발굴해 낸 고귀한 보물이다.
서양사에서부터 문학, 예술까지 방대한 영역을 다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의 철학이 얼마나 탄탄하고 생각이 깊은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 세기 전의 거장의 생각을 텍스트를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기에, 그리고 선대가 쌓아올린 언덕을 통해서 더 높이 나아갈 수 있기에 과거의 사람들의 기록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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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4 자연과학 | 23.07.24-23.08.02 | 칼 세이건 | ★★★★★ | 사이언스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