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대를 걸쳐 일본에 살아가던 재일교포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 파친코1 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일본이라는 타국으로 넘어와 힘겹게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라면, 2편에서는 그렇게 재일교포가 된 그들의 후손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본래 살던 곳에서 밀려나 각종 차별과 좋지 못한 시선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소설의 인물들은 저마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다. 노아 처럼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하고 완전한 일본인이 되기 위하여 애쓰기도 하고, 모자수 는 경제적인 힘을 갖추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들의 자식인 솔로몬은 미국이라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 윗 세대들이 겪어왔던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간다.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꼬리표는 그림자처럼 그들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그들을 궁지로 내몬다. 완전히 ‘일본인’처럼 행세하며 심지어는 과족과의 연을 끊고 살아가던 노아는, 그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가지고 헤매다가 결국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단 한 줄로 그의 죽음이 묘사되는데, 너무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는 모습에 읽으면서 충격이 컸다. 일본인 아내를 두고 4명의 자식을 아래에 두었는데도 그런 자세는 조금은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다.

파친코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모자수는 웬만한 일본 국민보다도 월등한 경제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그가 야쿠자와 관련되어있다는 오명을 씌우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모자수에게 다가가길 꺼려한다. 또한 돈이 있어도 더러운 돈은 안받는다며 판매를 거부하기도 하며 모자수를 여전히 차별했다.

이 까닭에 모자수는 자식만큼은 이런 수모를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인 솔로몬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재일교포 4세대에 해당하는 솔로몬은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교육을 받고 그들과 어울리지만, 일본 영토 내에서는 여전히 ‘조센징’에 불과하며 여행을 위해 허가증을 발급해야하는 수모를 겪는다. 조선에서는 일본인이라고 비난받고,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그렇다고 미국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못하는 솔로몬은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21세기에 들어 각종 차별을 없애고 출신에 관계없이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자는 의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단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넘어간 동포들의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해당되는 것이다. 비교하고 ‘차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바뀔 수 없는 부분에 해당할까? 차별 없는 세상은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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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8 문학 23.05.20-23.05.22 이민진 ★★★★☆ 문학사상